티스토리 뷰
목차
- 작품명: 더 체스트넛 맨 (The Chestnut Man) — 극영화가 아니라 6부작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2026년 5월 공개된 시즌2도 6부작으로 별도 존재).
- 감독: 카스페르 바르푀드(Kasper Barfoed), 미켈 세루프(Mikkel Serup) 공동 연출
- 원작: 쇠렌 스바이스트루프(Søren Sveistrup, 드라마 《더 킬링》 작가)의 동명 소설
- 주연:
- 다니카 쿠르치치(Danica Curcic) — 나야 툴린(Naia Thulin) 형사 역
- 미켈 보에 폴스고르(Mikkel Boe Følsgaard) — 마르크 헤스(Mark Hess) 형사 역
- 다비드 덴시크(David Dencik) — 시몬 겐즈(Simon Genz) 역
- 이벤 도르너(Iben Dorner) — 로사 하르퉁(Rosa Hartung) 역
- 개봉(공개): 2021년 (시즌1), 시즌2는 2026년 5월
- 러닝타임: 회당 약 52~59분 (극장용 러닝타임이 아니라 에피소드 단위)
- 시청처: 말씀하신 대로 넷플릭스가 맞습니다 (한국 넷플릭스에서도 "더 체스트넛 맨"으로 서비스 중)
정리하면 제목의 "체스트맨"은 극영화가 아니라 넷플릭스 덴마크 범죄 스릴러 시리즈 "더 체스트넛 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 시청 정보만 템플릿과 일치하고 나머지(러닝타임 등)는 시리즈 형식이라 118분 단일 러닝타임이 아닌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연쇄살인 스릴러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덴마크 드라마 <체스트맨>은 1987년 농장 살인 사건과 현재의 연쇄살인이 하나의 실로 묶이는 작품인데, 그 실의 정체가 '범죄자의 악함'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한 아이'였다는 게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덴마크 농장에서 시작된 30년의 상처
제가 처음 이 드라마를 본 건 별다른 정보 없이였습니다. 1987년 덴마크의 한 외딴 농장, 소들이 탈출하는 소란 속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 농장 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고, 지방 곳곳에서 시체들이 발견됩니다. 지하실로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경찰의 장면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이 오프닝이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 사건 전체의 뿌리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드라마는 이 구조를 '프리퀄 플래시백(Prequel Flashback)'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여기서 프리퀄 플래시백이란 현재 사건의 원인이 된 과거 장면을 도입부에 먼저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왜'라는 질문을 품고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설계하는 서사 기법입니다. 쉽게 말해, 답을 모르는 채로 퍼즐을 맞춰가는 구조입니다.
현재 시점의 주인공 린은 강력 수사관입니다.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사이버수사대 발령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살인 사건 하나를 떠맡게 됩니다. 제가 직접 이 전개를 따라가면서 느낀 건, 린이라는 캐릭터가 전형적인 '형사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사건보다 딸을 더 원하는 사람, 그 현실적인 피로감이 화면에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사건이 본격화되면서 피해자들 주변에서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절단된 신체 부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체스트 맨 장난감. 이 장난감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범인의 메시지라는 걸 눈치챘을 때, 이 드라마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 1987년 농장 살인 — 현재 연쇄살인의 기원
- 강력 수사관 린 — 딸과의 시간을 원하는 현실적 인물
- 체스트 맨 장난감 — 범인이 현장에 반복적으로 남기는 상징물
- 절단된 신체 부위 — 단순 살인이 아님을 드러내는 물증
- 대사(문자 메시지 인용): "I hope this hurts, you deserve to die."(원문 표기 기준, 리뷰 사이트에서 확인) — 이 메시지는 이후 등장하는 밤나무 인형(chestnut figurine) 연쇄살인과 연결되는 발단이 됩니다.
아동학대와 연쇄살인의 연결고리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피해자들이 무작위로 선택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린과 그의 동료 스는 수사 과정에서 두 명의 희생자 모두 과거 아동학대(Child Abuse) 신고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여기서 아동학대 신고란 아동이 가정 또는 시설 내에서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제3자의 공식 신고를 뜻하며, 한국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제가 이 연결고리를 따라가면서 생각한 건, 범인이 단순히 사람을 혐오해서 죽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학대 신고를 받았던 가정의 어른들이 표적이 됩니다. 범인의 논리 속에서 그들은 '아이를 망가뜨린 자'들이었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 부장관 로사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1년 전 갑자기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한 그녀에게는 살해된 딸 크리스틴의 지문이 사건과 연결됩니다. 저도 처음엔 로사가 사건의 피해자 가족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습니다.
'체스트 맨'이라는 이름 자체도 하나의 단서입니다. 현장에 남겨진 장난감에 쓰인 밤(씨앗)의 서식지를 추적하면서 사건의 지리적 범위가 특정 섬의 농장으로 좁혀집니다. 범죄 지리학(Criminal Geography)이란 범죄가 발생한 장소와 범인의 심리적 근거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학문인데, 이 드라마는 그 개념을 상당히 정교하게 활용합니다. 밤의 서식지를 단서로 삼는 설정은 실제 수사에서 활용되는 법식물학(Forensic Botany)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법식물학이란 식물 증거를 이용해 범죄 현장과 용의자를 연결하는 과학 수사 분야입니다(출처: 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드라마의 가장 강한 장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난감 하나가 범인의 출신지를 특정하는 단서가 된다는 설정이 억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사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IMDb: The Chestnut Man (TV Series 2021– ) — 평점 7.3/10대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남긴 것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서 '범인의 사연'은 종종 감동 포장지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도 처음엔 비슷한 방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드러나는 구조는 조금 달랐습니다.
로사 장관의 과거가 밝혀집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원치 않았던 아이를 입양 보낸 사람이었고, 그 남매가 바로 섬의 농장 부부에게 보내져 끔찍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사회복지 시스템의 실패, 그리고 어른들의 방치가 두 아이를 그 환경에 가뒀던 겁니다. 범인은 그 학대 환경에서 살아남은 아이였습니다.
트라우마 반응(Trauma Respons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트라우마 반응이란 반복적인 학대나 방치를 경험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도 그 경험이 행동과 사고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패턴을 말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s)은 성인기의 정신건강, 약물 남용, 폭력적 행동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상관관계를 범죄 서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범인의 행동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린이 마지막에 딸의 얼굴을 떠올리는 장면, 그리고 "가장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 대신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이라는 내레이션은 범인을 용서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 상황이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했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물론 비판할 지점도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몇몇 단서가 지나치게 우연히 연결되는 장면들, 피해자 가족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범인의 서사에 가려지는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가해자의 비극적 배경이 피해자의 고통보다 더 많은 감정적 무게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는, 이런 장르 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합니다.
작가/제작 관련 인터뷰: 원작자 겸 각본가 쇠렌 스바이스트루프(Søren Sveistrup)의 코멘트를 찾았습니다 — "Netflix has shown a strong, genuine interest in my book. I'm excited about the deal and confident that Netflix will be the perfect place for The Chestnut Man." (넷플릭스 공식 발표 기사에서 인용)
자주 묻는 질문
Q. 체스트맨 드라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덴마크 공영방송 DR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제가 봤을 당시 기준으로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고 있었는데, 플랫폼 상황은 수시로 바뀌므로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Q. 체스트맨이 아동학대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나요?
A. ~라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드라마가 학대 장면 자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그 결과와 여파를 중심으로 서술한다고 느꼈습니다. 잔혹한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자극을 위한 자극보다는 서사를 위한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민감한 분들께는 미리 확인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Q. 범인의 정체가 초반에 드러나나요, 후반에 드러나나요?
A.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은 중후반부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반전은 '누가 범인인가'보다 '왜 이 사람이 범인이 되었는가'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따라가면서 느낀 건, 범인을 알고 난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었습니다.
Q. 로사 장관은 피해자인가요, 가해자인가요?
A. ~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그녀는 딸을 잃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과거 자신의 선택이 다른 아이들의 비극적인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흑백으로 나누지 않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체스트맨은 연쇄살인 스릴러의 외형 안에 아동학대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실패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제가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건 마지막 장면의 린의 표정이었습니다. 범인을 잡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 같지 않은 그 얼굴,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것의 전부였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의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만든 어른들, 시스템, 그리고 무관심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본 뒤로 사람을 볼 때 현재의 행동만 보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덴마크 스릴러에 관심 있으시다면, 그리고 단순히 무섭고 끝나는 드라마가 아닌 뭔가를 남기는 작품을 찾고 계시다면 이 드라마를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