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위대한 전사 (카이아나, 제이슨 모모아, 애플TV+)

idea50912 2026. 8. 13. 16:49

목차


    제이슨 모모아가 나오면 일단 근육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애플TV+ 오리지널 《위대한 전사》를 실제로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꽤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18세기 하와이 부족 간의 권력 투쟁과 한 전사의 생존기를 다룬 이 작품, 단순한 액션물로 분류하기엔 품고 있는 서사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카이아나의 선택 — 상어를 잡는 전사가 전쟁터로 내몰리기까지

    극이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우아이 섬 앞바다에서 카이아나가 맨손으로 상어를 잡는 장면인데, 올가미를 씌우고 아가미 덮개(operculum)를 비벼 제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operculum이란 물고기나 상어의 아가미를 덮고 있는 뼈 구조를 말하는데, 이 부위를 강하게 자극하면 산소 공급이 끊겨 상어가 급격히 힘을 잃습니다. 고증인지 연출인지 확인은 어렵지만, 저는 이 장면 하나로 이 드라마가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카이아나는 사실 마우이 왕국의 잔혹한 왕 카이킬리를 피해 가족들과 숨어 살던 처지였습니다. 그러다 마우이 병사들에게 발견돼 강제로 끌려가게 되는데, 훈련 과정에서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창던지기(spear throwing) 장면에서 날아오는 창을 맨손으로 낚아채 되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봤을 때 솔직히 입이 조금 벌어졌습니다. 카이킬리 왕은 그를 처벌하는 대신 오아후 왕국과의 전쟁에 전사로 참여할 것을 강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장르에서는 왕의 강요에 의한 참전이 곧바로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공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그 공식을 약간 비틀었습니다. 카이아나가 전쟁을 수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분노'가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카이킬리가 아버지의 유품을 꺼내 보여주는 장면은, 이 작품이 단순한 전쟁 액션보다 훨씬 깊은 곳을 건드리려 한다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뒤늦게 장례를 치른 카이아나가 "대사제만 잡자"는 제한적 작전을 제안하는 장면에서, 저는 이 인물이 단순한 전사가 아니라 전략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임을 느꼈습니다.

    • 카이아나의 상어 제압 기술 — 아가미 덮개(operculum) 압박을 이용한 고증 기반 연출
    • 마우이 왕 카이킬리의 강제 차출 — 처벌 대신 전쟁 참여 강요라는 정치적 선택
    • 아버지의 유품을 매개로 한 참전 결정 — 분노가 아닌 애도에서 비롯된 선택
    • 대사제만 잡자는 제한적 작전 — 전쟁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적 제안
    요약: 상어 사냥꾼에서 전쟁터로 내몰린 카이아나의 여정은, 분노가 아닌 애도와 전략으로 구성된 서사로 단순 액션물과 선을 긋는다.

     

    제이슨 모모아의 선택 — 원주민 서사의 가능성과 한계

    전쟁이 시작되고 카이아나의 작전대로 침투가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카이킬리 왕은 어린아이까지 무차별 학살하며 탐욕을 드러냅니다. 이 순간이 극의 핵심 전환점입니다. '예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침략 명분이 실은 권력욕이었음이 드러나고, 카이아나는 배신감 속에서 탈출을 결행합니다. 감시병들을 제거하고 가족과 함께 밤새 노를 저어 도망치는 장면에서, 저는 이 인물의 도덕적 선명함이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고 느꼈습니다.

    추격 도중 가족과 헤어진 카이아나는 부상을 입고 해안가 동굴에 숨어들고, 그곳에서 한 여성을 만납니다. 그녀는 훗날 카메하메하(Kamehameha) 대왕의 아내가 되는 카우마누(Kaʻahumanu)였습니다. 여기서 카메하메하란 18세기 말~19세기 초 하와이 전체를 최초로 통일한 왕으로, 출처: 미국 국립공원청(NPS)에 따르면 그는 1810년경 하와이 제도를 단일 왕국으로 통합한 인물입니다. 카우마누가 등장하는 시점은 극에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교차하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흥미로웠던 건, 카이아나가 그녀에게 가족을 하와이 왕국으로 인도해달라 부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거래가 아니라 신뢰를 매개로 한 협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지점에서 제 경험상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추격전 막바지에 카이아나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가 영국 선박 위에서 눈을 뜨는 전개는, 개연성보다 우연에 의존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식민지 접촉사(Contact History) — 즉 유럽 세력이 하와이에 처음 도달한 역사적 사건 — 를 드라마적 구출 서사로 활용하는 방식이 자칫 서구 세력의 역할을 과도하게 미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출처: 비숍 박물관(Bishop Museum)이 정리한 하와이 접촉 역사에서도, 18세기 후반 영국인의 하와이 도착은 원주민 사회에 복잡한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구원 서사처럼 단순화될 경우 이 복잡성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카이킬리 왕의 악역 캐릭터도 제 경우엔 조금 아쉬웠습니다. 분명 강렬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그렇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했는지, 마우이 왕국 내부의 정치 구조나 부족 간 동맹 관계(tribal alliance structure) — 쉽게 말해 각 부족이 어떤 이해관계로 묶여 있었는지 — 를 좀 더 보여줬더라면 입체적인 악역이 됐을 텐데, 그 부분은 다소 단순화된 느낌이었습니다. 하와이 원주민 혈통인 제이슨 모모아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원주민 정체성을 담으려 한 시도는 분명 의미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치 서사의 깊이가 조금 더 채워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요약: 역사적 실존 인물과 교차하는 서사 구성은 흥미롭지만, 구출 장면의 개연성 부족과 악역의 단순화는 이 작품이 넘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대한 전사는 실화 기반 드라마인가요?

    A. 18세기 후반 하와이의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들을 배경으로 합니다. 카이아나(Kaiana)는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인물이며, 카우마누와 카메하메하도 하와이 역사에서 중요한 실존 인물입니다. 다만 드라마적 허구가 가미된 픽션이므로, 모든 장면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역사 배경을 가진 창작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Q. 제이슨 모모아가 제작에도 참여했나요?

    A. 맞습니다. 제이슨 모모아는 주인공 카이아나 역할을 맡는 동시에 제작자로도 참여했습니다. 하와이 원주민 혈통인 그가 직접 제작에 뛰어든 만큼, 원주민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방향에서 일반적인 헐리우드 제작 방식과 다른 접근을 취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위대한 전사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애플TV+ 웹사이트 및 안드로이드용 애플TV+ 앱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애플TV+ 구독이 필요하며, 일부 기기에서는 애플 기기 구매 시 무료 체험 혜택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Q. 카우마누는 실제로 어떤 인물인가요?

    A. 카우마누(Kaʻahumanu)는 카메하메하 대왕의 아내이자 하와이 역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실존 인물입니다. 카메하메하 사후 섭정으로서 하와이 왕국을 이끌었으며, 하와이 원주민 사회의 전통 금기 체계인 카푸(kapu) 제도를 철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위대한 전사》는 제이슨 모모아라는 이름값에만 기댄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18세기 하와이의 부족 정치(tribal politics), 전사의 윤리, 가족을 지키려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웅장한 자연 배경 위에 촘촘하게 얹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예상 밖으로 좋았던 지점은, 전쟁을 거부하려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이 전투 장면만큼이나 강하게 그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악역의 서사가 단순화된 점, 영국 선박을 통한 구출이 우연에 기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와이 역사와 원주민 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충분히 시청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단,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으로 접근하시는 편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