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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크리미널 리뷰 (기억 이식, 정체성, 액션 SF)

idea50912 2026. 8. 9. 12:20

목차


    주말 저녁, 하루 일을 마치고 거실 불을 끈 채 소파에 몸을 깊이 기댔습니다. 무엇을 볼까 한참 고민하다가 예고편 하나에 끌려 이 영화를 골랐습니다. 가볍게 보고 잘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휴대폰은 저만치 밀어 두고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한참 동안 꺼진 화면을 바라보며 여운에 잠겼습니다. 기억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 있을까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2016년 영화 〈크리미널〉은 죽은 CIA 요원의 기억을 흉악범 제리코의 뇌에 이식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흔한 총격전 영화려니 하고 가볍게 틀었다가,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작품 정보

    원제: Criminal

    감독: 아리엘 브로멘

    개봉: 2016년

    등장인물과 배우

    • 제리코 스튜어트 — 빌의 기억을 이식받은 죄수 / 케빈 코스트너
    • 빌 포프 — 임무 중 숨진 CIA 요원 / 라이언 레이놀즈
    • 질 포프 — 빌의 아내 / 갤 가돗
    • 퀘이커 웰스 — CIA 런던 지부장 / 게리 올드먼
    • 프랭크스 박사 — 기억 이식을 맡은 과학자 / 토미 리 존스
    • 하임달 — 더치맨을 노리는 악당 / 조르디 몰라
    • 더치맨 — 모든 무기 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해커 / 마이클 피트

     

    기억 이식이라는 설정,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영화의 핵심 장치는 기억 이식입니다. 뇌사 상태인 빌의 뇌 신경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깨워 그 안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 내고, 이를 제리코의 뇌에 옮겨 심는 방식이죠.

    가장 놀랐던 건 이 설정이 '기억을 복사한다'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억을 받은 제리코는 점점 빌이 사랑했던 가족을 향한 감정까지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내의 취향, 딸과 나누던 신호, 와플 반죽을 섞는 방식까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 함께 넘어온 것에 가까웠습니다.

    사람의 뇌는 어른이 된 뒤에도 새로운 경험에 따라 회로를 바꿔 나간다고 합니다. 영화는 이런 뇌의 성질을 상상력으로 크게 부풀려 가져온 셈입니다.

    물론 기억을 받은 사람이 너무 빠르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부분은 저도 좀 걸렸습니다. 한 사람의 기억을 통째로 옮긴다는 건 현실의 뇌과학으로는 아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 설정이 던지는 질문, '나를 나로 만드는 건 뇌인가, 마음인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냉혹한 범죄자가 가족을 지키러 달려간 이유

    제리코는 처음에 공감 능력이 없는 위험한 범죄자로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다친 전두엽, 그러니까 감정 조절과 공감을 맡는 뇌 앞부분의 손상 때문에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빌의 기억이 들어온 뒤, 제리코는 낯선 집 앞에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춥니다. 홀린 듯 도착한 그곳은 빌의 아내와 딸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묘하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기억의 '정보'가 아니라 기억의 '감정'이 먼저 움직인 장면이었으니까요.

    그 뒤로 제리코는 점점 달라집니다. 딸에게 와플 굽는 법을 알려 주고, 아내에게 빌만 알던 신호를 건네고, 끝내 그 가족을 지키려고 목숨을 겁니다. 사람은 어떤 기억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한편 악당 하임달은 빌이 숨겨 둔 해커 '더치맨'의 행방을 손에 넣으려 합니다. 더치맨은 영화의 겉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목표물이지만, 저는 더치맨보다 제리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

    기억을 받은 인물이 너무 빠르게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전개는 다소 급하게 느껴집니다. 더치맨을 둘러싼 첩보 이야기도 생각보다 평범하게 흘러가고, 악당의 동기나 CIA 내부의 갈등도 깊이 파고들지 않습니다. 탄탄한 첩보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 뇌과학에 근거한 설정인가요?

    뇌가 경험에 따라 바뀐다는 실제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한 사람의 기억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기술은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과학보다는 상상력을 앞세운 SF 설정으로 보는 게 맞고, 그 과장이 오히려 영화의 질문을 더 선명하게 만듭니다.

    Q. 출연진이 화려하던데, 비중은 어떤가요?

    중심은 단연 케빈 코스트너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초반에 짧게 등장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출발점이 되고, 갤 가돗·게리 올드먼·토미 리 존스는 제리코의 변화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합니다.

    Q. 가족과 함께 봐도 될까요?

    총격전과 폭력 장면이 꽤 많아 어린 자녀와 보기엔 맞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을 향한 사랑과 희생이라는 주제는 어른 관객에게 충분히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결론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총격전도 추격전도 아니었습니다. 감정이라곤 느껴 본 적 없던 제리코가 낯선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던 순간이었습니다. 자기도 왜 그곳에 왔는지 모른 채 문 앞에 서 있던 그 모습이,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는 걸 조용히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케빈 코스트너는 거칠고 차가운 범죄자의 얼굴에 서서히 낯선 따뜻함이 번져 가는 과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쌓아 갑니다. 딸에게 와플 만드는 법을 알려 주는 장면처럼 화려하지 않은 순간들이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뜨겁습니다. 사랑받았던 기억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첩보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 사람의 변화를 그린 이야기로 보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기억하게 된 사람이 결국 그 사랑을 지키려 움직인다는 단순한 구조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강렬한 액션과 함께 조금은 묵직한 여운을 원하신다면, 〈크리미널〉은 충분히 시간을 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지금의 나를 만든 기억은 무엇일까"를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