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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 (Boyka: Undisputed IV, 2016)
- 감독: 토도르 차프카노프(Todor Chapkanov)
- 제작년도: 2016년 (2016년 9월 22일 판타스틱 페스트 상영, 2017년 8월 1일 미국 정식 개봉, 한국은 2017년 9월 14일)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격투 장면만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제가 기억한 건 화려한 발차기가 아니라, 딸에게 아내의 죽음을 말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표정이었습니다. 유리 보이카는 액션 영화라는 껍질 안에 꽤 무거운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배우 배경 — 스콧 애드킨스가 이 역할을 맡은 이유
주인공 마틴 보이카를 연기한 배우는 스콧 애드킨스입니다. 영국 출신의 스턴트맨 경력을 가진 액션 배우로, 열 살에 무술을 시작해 태권도, 무에타이, 킥복싱까지 수련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무에타이란 태국에서 발전한 입식 격투 무술로, 주먹과 발 외에도 무릎과 팔꿈치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화면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무술 수련자가 몸으로 직접 표현하는 동작이다 보니 제가 격투 장면을 보는 내내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기술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콧 애드킨스는 액션 코디네이터(Action Coordinator) 역할도 겸하는 인물입니다. 액션 코디네이터란 촬영 현장에서 격투 동선, 타격 타이밍, 안전 관리까지 총괄하는 직책으로,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장면의 현실감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출연하는 게 아니라 장면 설계까지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유리 보이카 시리즈의 격투 장면이 다른 B급 액션 영화들과 다른 결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제로 다크 서티,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대형 작품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가 가장 빛나는 건 유리 보이카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여러 편을 연달아 봤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의 움직임이 단순 격투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담은 표현 방식으로 진화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무에타이(Muay Thai): 무릎·팔꿈치까지 활용하는 태국 전통 입식 격투기
- 킥복싱(Kickboxing): 주먹과 발을 결합한 스탠딩 격투 종목, 스콧 애드킨스의 주력 분야
- 액션 코디네이터: 촬영 현장에서 격투 동선과 안전을 설계·관리하는 역할
- 스턴트맨 출신답게 모든 무술 장면을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소화
주인공
- 스콧 애드킨스 — 챔피언 벨트만을 노리는 세계 최고의 격투가 '유리 보이카' 역. 실제로 무술 유단자로, 러시아 출신 캐릭터임에도 능숙한 러시아식 영어 발음과 카리스마 있는 악역 연기로 2편에서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큰 인기를 얻으며 3, 4편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습니다.
- 아론 아붓불 — '조우랍' 역
- 테오도라 듀호브니코바 — '알마' 역
- 줄리언 버고브 — '슬라바' 역
부녀 관계 — 액션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
이 영화를 단순한 첩보 액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처음 봤을 때부터 핵심이 부녀 관계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틴은 12년 전 MI6와 CIA 합동 작전 중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잃습니다. 그 사실을 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채 MI6를 떠나 뒷골목 격투 도박으로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죠.
트라우마(Trauma)라는 개념이 이 영화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서 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 현재의 행동과 판단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마틴이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여전히 그날에 갇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강한 전직 요원이라도 마음속 상처는 몸 훈련으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죠.
딸이 아버지의 컨디션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편에 배팅을 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딸이 아버지를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그만큼 아버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란 때로는 가장 냉정하게 서로를 평가하는 관계이기도 하죠. 반면 마틴은 딸이 위험에 처하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데, 이 대비가 영화 전반의 감정선을 만들어 가는 힘이라고 봅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도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마틴의 죄책감이 영화에서 중요한 축이지만, 강렬한 격투 장면 사이에 짧게 끼워지는 방식으로 표현되다 보니 그 깊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부자 관계의 감정선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액션과 드라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제게는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주인공 배우 설명
스콧 애드킨스 (유리 보이카 역) — 1976년 6월 17일 잉글랜드 버밍엄 서턴 콜드필드 출생. 정육점을 운영하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10살 때 아버지·형과 유도 클럽에 간 것을 계기로 무술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태권도(19세에 검은띠 취득), 킥복싱, 카포에라, 크라브 마가, 우슈, 유도, 가라테, 닌자술 등 다양한 무술을 섭렵한 실제 무술 유단자입니다.
연기 수업도 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과정을 마치지 못했고, 성룡 주연의 2001년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로 극장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영국 TV 드라마(이스트엔더스, 홀비 시티 등)에서 조연으로 활동하다, 2003년경 B급 액션영화의 거장 아이작 플로렌틴 감독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B급 영화와 홍콩 영화계에 진출했습니다.
'언디스퓨티드 2: 라스트 맨 스탠딩'(2006)에서 러시아 수감자 격투가 유리 보이카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고, 당초 악역이었음에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오히려 정규 주인공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언디스퓨티드 3: 리뎀션'(2010)으로 '액션 온 필름 어워드' 신인 액션스타상을, '보이카: 언디스퓨티드'(2017)로 성룡 액션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장 클로드 반담과는 네 작품에서 함께 출연했고, '익스펜더블 2', '본 얼티메이텀', '제로 다크 서티',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엽문4'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첩보 액션 — MI6·CIA·러시아가 얽히는 방식
영화의 배경은 MI6(영국 비밀정보부)와 CIA(미국 중앙정보국)의 합동 작전에서 출발합니다. 노비초크(Novichok) 화학무기 공식을 담은 자료를 수집해 영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레드 KF 작전의 목표였는데, 여기서 노비초크란 구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로 극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화학무기를 뜻합니다. 실제로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자가 이 물질로 공격받은 사건이 있었고, 영화 속 설정이 현실과 꽤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러시아 정부 조직이 배후에 있는 세력과 마틴이 맞서는 구도는 현대 첩보 영화의 전형적인 틀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크라이나 키이우가 주요 작전 무대로 등장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요원까지 얽히면서 적대 세력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부분이 초반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등장인물의 소속과 목적을 정리하면서 봐야 이야기가 연결되는 구조인데, 그 설명이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웠습니다.
이중 간첩 명단이 담긴 파일이 사건의 핵심 열쇠로 작동하는 방식은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중 간첩(Double Agent)이란 표면적으로는 한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 정보기관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을 말합니다. 마틴이 이 명단을 딸을 통해 공개하도록 선택하는 결말은, 개인의 복수나 생존이 아닌 공적인 폭로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저는 꽤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리뷰 전문 매체인에서도 이 시리즈를 저예산 액션 중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꾸준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첩보 이야기의 개연성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 MI6, CIA,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각자의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장면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작전명과 화학무기라는 실제 현실과 연결된 소재를 활용한 방식은, 단순한 B급 액션 이상의 무게감을 만들어 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스콧 애드킨스 인터뷰 관련 내용
스콧 애드킨스는 보이카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팬들의 질문에 답하며 '언디스퓨티드 5' 복귀 가능성을 두고 "보이카는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라, 아직 들려줄 좋은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4년에는 4편 제작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분명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답하며 제작을 공식화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7월에는 5편이 실제로 개발 중임을 확인하며,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이카 중심으로 이어가고 자신이 계속 그 역할을 맡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감독 관련 정보
토도르 차프카노프 감독은 이 작품 직전에 '런던 해즈 폴른'에서 세컨드 유닛 연출을 맡은 경력이 있어 이 자리에 발탁되었습니다. 전작(2, 3편)을 연출했던 아이작 플로렌틴 감독은 이번엔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플로렌틴이 몰래 연출한 거라 해도 믿겠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연출 색깔이 크게 이질감 없이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상 관련
2017년 상하이 영화제에서 '보이카: 언디스퓨티드'는 베스트 파이트상을, 스콧 애드킨스는 유리 보이카 연기로 성룡 액션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리 보이카는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A. 순서대로 보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만, 4편에 해당하는 이 작품만 따로 봐도 이야기 이해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마틴의 과거 이력과 감정선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전 편을 먼저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1편부터 정주행한 저의 경우, 인물에 대한 애정이 훨씬 깊게 쌓인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Q. 격투 장면이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요?
A. 격투 장면의 강도가 높은 편인 건 사실입니다. 다만 잔인함보다는 실제 격투 기술의 정교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폭력성 자체를 즐기기 위한 영화보다는 무술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격투 장면이 불쾌하기보다 기술적으로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Q. 첩보 내용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초반 설정이 조금 빠르게 지나가는 편입니다. MI6, CIA,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각자의 목적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장면도 있습니다. 첩보 영화를 즐겨 본 경험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따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등장인물 관계에 집중하며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Q. 스콧 애드킨스가 정말 스턴트 없이 다 직접 찍나요?
A. 그렇습니다. 스콧 애드킨스는 스턴트맨 출신 배우이자 액션 코디네이터로, 무술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면의 타격감과 속도감이 다른 배우가 출연하는 액션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가 여러 편을 보면서 느낀 것도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결론
유리 보이카를 단순한 격투 영화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보고 난 뒤 그렇게 정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뛰어난 무에타이와 킥복싱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격투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강한 무기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내를 잃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가, 딸을 지키기 위해 다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을 굳이 말하자면, 인물의 감정선이 액션에 눌려 충분히 펼쳐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마틴이 마지막에 식당을 차리고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은 "이제 과거에서 벗어났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여전히 상처를 안고 가지만 딸과 함께 살아가기로 선택했다는 쪽으로 읽혔습니다. 그 뉘앙스가 저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격투 영화를 좋아한다면 시원한 장면을, 부자(父子) 관계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그 감정선을 따라가며 보시길 권합니다.